왜 그런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만.
이 작업 할때가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.
시작한 때로 거슬로 올라가 그날의 선택을 후회 하기도 했죠.
지나고 나니 그래도 추억이라는 누구 말 처럼
흰자가 돌아갈 정도로 고단한 시간이 작업기간 내내 계속 되왔어도.
일이 끝나 내손을 떠나 책으로 완성되어 돌아오면.
그 책이 손에 잡히는 순간에는 큰 보람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죠.
물론 이번 일도 지겹고 잘 마무리 되었고 책이 나왔습니다만.
여기서 '잘'이 들어갈 만한건 이 책 편집디자이너분의 놀라운
역량 덕분이었습니다.
그분의 재능으로 어눌한 그림이 제법 생기있게 나왔습니다.
그런데...
왜 일 시작전에는 암담하고 흰색만 봐도 막막한 기분이 들까요.
"아, 또 시작되는걸까..." 하는 한숨이 팬을 쥐기전부터 시작되고
잘 진행되다 마감시간을 손꼽아 가며 '마감' 임박한 순간이 되면.
빚쟁이가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
윽박을 지를것 같은 기분에 조마조마 하며 사는 일 이라니
이게 왠 일인가 싶습니다
일이 끝난 지금, 담배 한개피 따라 피어오르는 생각은
그러고 보니 처음 부터. 그런건 아니었다는걸 알게 되더군요.
첫 일을 맡았을때 그래픽백을 어깨에 짊어지고 출판사로 달려가던 날이었죠.
이렇게 하면 좋을까 아니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 싶어 한숨도 못자고
여러개의 샘플을 보드지에 스케치하고 또 그 그림을 다듬어 로트링팬으로
선을 따 색을 칠하고 그 여러개의 그림을 하나 하나씩 트래팔지를 덥어
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가방에 넣어 아침일찍 담당자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죠.
잠을 안자도 잘 모르는 순간이죠.
엄청나게 긴장을 했으니 머리는 떡덩어리에 얼굴 꼴은
노숙인분위기라도 정신만은 맑고 또렷했었죠
결국 그 책 작업에서 퇴짜를 맞아 일이 다른 작가로 넘어가긴 했지만.
그때는 분해 하거나 아쉬워 하지 않고
"아직 내가 모자라니 그럴수 있다"고만 생각을 했었네요.
그게 벌써 10여년을 훌쩍 넘어 오래전 일이고 그 사이
여러 일들은 했지만. 쉬운 말로 잔뼈하나 굵어질만큼도 아니라
큰 일 하나 없이 그냥 저냥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다.
어떨때는 페인터나 포토샵만 봐도 지긋지긋할때도 있습니다.
뭐, 구태연하게 예전의 기억을 꺼내 초심으로 돌아가자 라는
뻔한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.
그때 그런 고단한 역사가 있었기에 그 다음에 그 다음, 다음에도
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, 조금씩 더 좋아졌다는 생각이 있어
그냥 힘들어도 부지런히 참고 일하다 보면 조금 더 좋아지고 달라진다는
마음. 그냥 꾹 참고 더 가봐야 한다는 마음이 큽니다.
원래 일이란 당연히 힘든거니까.
인정해야죠. ^^
비도 주륵주륵 잘도 오는데.
댓글을 달아 주세요
그림의 맛은.. 여전히 좋은걸요
조금 오랜만이네요. 풀빵은 잘 드시고 계신지.
언제 기회가 된다면 오프모임서 시원한 멱주한잔 했으면 좋겠어요 ^^
많이 힘드셨군요. ^^;